2018년 4월 16일 월요일

거기에는

거기에는 
지는 잎새도 없고
나무도 없고
흙도 없고
구름도 없고
하늘도 없으니
가을이 와도
낙엽 하나 
날리지 않고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거기에는 
여기저기서 긁어모아진 
기름덩이들이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컨테이너에 담겨 있다가
타르처럼 길을 메우고 
민들레와 지렁이와 개미들의 
숨통을 메우고
오늘을 메우고 
내일로 열린 문을 메운다.

거기에는 
쓸모없이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짓도 없고
아장거리는 꿈들이 
서 있을 대지도 없고
아기들의 잠꼬대도 없고
노인들의 이야기도 없고
바람을 타고 번지던 
달콤한 숨결들마저 없으니
봄이 와도
꽃 하나 피지 않고
꽃그늘로 모이던 연인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거기에는 
끝을 벼린 막대들만 
우글우글
가장 높은 곳 
예리한 막대 끝에는
버캐처럼 
마른 핏덩이들만 
숨을 쉬고 있다.

거기에는 
밤이 와도 
아침이 와도
다시 밤이 와도 
변하지 않는 풍경.
변하지 않는 표정과 
변하지 않는 마음들뿐.
시간이 되도 돌아갈 곳이 
없는 영혼들로 붐비는 거기
에는 돌아 올 아들을 마중 나온 
어머니들만 먼 비탈에 서 있다.

2018년 1월 6일 토요일

겨울 안에 봄이 있다.

아픔은 추위처럼
봄날의 기억을 꽁꽁 얼렸다.

겨울 동안의 상상은 늘 가식적이다.
꿈꾸던 미래는 캔버스에 갇힌 그림처럼
몸이 없다.

겨울이 깊어간다는 것은
상처에 옹이가 베어간다는 것.

커져버린 옹이 아래 물이 흐르듯
봄은 언제나 겨울 안에 있다.

낮이 밤으로 가고 
밤이 낮으로 가듯
그렇게 겨울이 다다르는 곳도 
낭떠러지가 아니다.

삶의 모통이를 돌 듯
길을 조심스레 굽혀 보면 
거기서 봄이 보인다.

고향

바람이 불면
잎새들이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갈 집이 있어서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