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떼어내서 생각하는 능력은 모든 범죄를 가능하게 만든다. 교육이나 훈련 덕분에 견고한 관계들이 만들어진 영역을 제외하면, 따로 떼어내서 생각하는 능력은 절대적인 방종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이다. 그 능력은 특히 사회적인 것 혹은 집단적인 감정이 개입될 경우 지극히 일관성 없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사회적인 것의 권위로 덮인 것들은 모두 나머지와 다른 곳에 놓이고, 따라서 관계들을 벗어난다." 시몬느 베이유, 중력과 은총, 184페이지
인간에게 관계가 갖는 중요성은 작위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고난 물질적 토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기게스는 전설 속의 인물인데 반지를 끼면 그 몸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반지를 끼고 왕을 암살한 후 자신이 왕이 되었다. 살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관계를 맺고 있음으로 가능하다. 그가 보이지 않게 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다 한들 존재하는 자신이 왕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인의 주체가 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기게스는 반지를 끼면서 몸뚱이가 보이지 않게 된 것처럼 관계 속에서 스스로 배제되었다고 생각한다. 기게스는 그가 왕이 된 사실과 왕이 암살된 사실은 서로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으로 관계 짓지 않으면 그 어떤 관계도 생기지 않는다. 2와 2는 우리의 생각이 그 둘을 더해 4로 만들지 않으면 영원히 2와 2일 뿐이다." 시몬느 베이유, 중력과 은총, 185페이지
인간 개체를 톱니바퀴에 비유할 때, 인간간의 관계, 상호성, 또는 의존성을 배제한다면 두 개의 톱니바퀴는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그 결과 하나의 체계내에서 작동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된다. 각각의 톱니는 서로 무관하게 운동하고, 그 운동의 결과는 마치 서로 독립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만들어진 환상, 착각일 따름이다. 실제의 세계에는 이러한 배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배제를 변호하는 이념, 의견, 주장, 논증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알리바이이거나, 범죄를 가능케하는 사회적 조건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