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과학에 일생을 건 과학자로서 당연히 그 답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생물학에 종사하는 전문 생물학자라면 생명을 분자 단위에서 세포단위에서 조직 단위에서 또는 개체 단위에서 집단 단위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가 속한 학제에 따라 설명하는 방식이나 용어 그리고 강조되는 부분이 다소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설명은 현대 생물학의 범주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설명이 생명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다소 미심쩍은 사람들은 다른 학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 가령 물리학의 관점에서 또는 화학이나 다른 자연 과학의 관점에서 보다 충분하게 설명하고자 할 수 있다. 생체의 동작과 미세 기관들이 작동하는 메카니즘을 설명하고, 생체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 반응을 통해 생체를 이해하거나, 지구의 다양한 공간 속에서 나아가 우주 가운데 놓인 개체들을 분석하며 생체와 생태계가 지니는 특징 등을 논할 수도 있다. 자연 과학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철학이나 종교학 심리학과 같은 인문 과학을 통해 그 답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존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절대적 존재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인간이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양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생명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경제적 상호 작용이나 정치적 행위 또는 문화적 교류 등에 대한 설명을 통해 생명에 대해 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논리 저편에 있는 심미적 지평의 이야기들을 통해 생명이 그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음악 속에서 그림 가운데 우리는 아주 자주 이러한 설명들을 마주 대할 수 있다. 이 모든 노력이 종합되면 ‘생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나올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설명하는 모든 논의 저편에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다.
2. 호흡에 대한 느낌
분당 호흡 수는 대략 12-20회 남짓이다. 평균을 16회로 삼아 계산하면 한시간에 천번 하루에 2만 4천번, 일년에 800만번의 호흡을 하게 된다. 팔십년을 살았다고 하면 모두 6억번 남짓 호흡을 한 셈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호흡을 하고 있다. 음식을 통해서 흡수한 글루코스와 호흡을 통해서 흡수한 산소가 만나 반응을 하면 물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인간의 에너지원인 ATP를 만들어 낸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들이 마시는 공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호흡당 500ml 정도라 한다. 분당 8리터, 하루 만리터가 넘는 공기를 들이 마시는 셈이다.
우리는 생존에 아주 필수적인 것일수록 신경을 쓰지 않으며 살아간다. 호흡하는 것과 세수하는 것 사이에 어느 것이 생존에 더 필수적인지는 자명하다. 그리고 어느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살아가는지 역시 자명하다. 나 역시 아버님이 ARDS(급성 호흡부전 증후군)로 시달리기 전까지 '호흡한다는 것'이 왜 기적과도 같은 것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놀랍게 단 한번도 거기에 대한 느낌을 가지지 못했다.그러던 것이 아버님의 병고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 없이 호흡에 대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생명을 비로소 구체적인 느낌이 있는 생리 현상을 통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생명을 구체적인 생리현상으로부터 생각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참으로 아슬아슬하다. 생명을 이루고 유지시키는 것들 중에 기적아닌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 뿐 아니라 들판의 민들레, 허공의 날벌레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이 한 순간 한순간 유지되는 행간에 차고 넘치는 기적이란 숨 막히는 대지 가득 차고 넘치는 공기처럼 충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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