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자체의 목적은 바로 학문이다.'라는 주장은 대체로 지지받지 못한다. 학문의 영역이 확장되고 그 내용이 심화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정보와 지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들이 생산되는 방식 역시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일련의 공유된 절차들로 변화했다. 지식의 생산자인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 이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일쑤이며, 자신이 생산한 지식이 파급시킬 광범위한 효과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문이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스퍼스는 진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뿌리깊게 질문한다. 설사 인간이 진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이끄는지에 대해 모른다 할지라도 오로지 진리만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부각시켜주고, 무엇보다 사유(Denken) 속에서 우리 삶이 그것의 토대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그런데 인간이 이러한 모색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학문이라는 게 야스퍼스의 주장이다. 학문의 본질과 그것이 이 시대에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외양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이 때문에 야스퍼스는 학문의 속성에 대해 좀 더 살핀다.
그 속성 중 가장 먼저 논의 되는 것이 학문의 기본 가정들(Voraussetzung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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