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2일 일요일

빈자리

사람에게 애원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 체계를 타인의 정신에 강요하려는 절망적인 시도이다. 신에게 애원하는 것은 그 반대다. 신에게 하는 애원은 신의 가치를 자기의 영혼 속에 받아들이려는 시도이다. 우리가 집착하는 가치들을 더없이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우리 안의 빈자리이다.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38페이지

내 안에 빈자리가 있을 때 비로소 기도할 수 있다. 기도는 신에게 속한 가치에 대한 추구이다. 그 가치를 받아들여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일종의 노력이다. 그런데 신에게 속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마음에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지닌 가치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결과 그것의 경계가 존재해야 내 안에 빈 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고 옳다고 믿는 원리와 법칙이 한계 없이 무한한 경우에 대해 성립되고 적용된다고 믿는다면 내 안에 빈 공간이 존재할 수 없다. 과학적 지식과 원리와 법칙들에 대한 자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의 한계와 경계를 인정할 때 신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 땅과 하늘은 서로 배척하지 않는다. 모든 상대적인 것은 절대적인 본질과 배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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