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동영상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의 처지가 있다. 좋건 나쁘건, 슬프건, 기쁘건, 비참하건 화려하건, 절망적이건 희망적이건.. 처지가 항상 일정하진 않겠지만 어떤 주어진 시간 주어진 장소에서 우리는 어떤 주어진 처지 안에 살아간다. 그것을 나의 세계라고 할 수도 있고, 운명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수동적으로 주어지기도 하겠고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뭐든 극단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것은 세상에는 이러저러한 작은 세계들이 끊임 없이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자의 세계들이 공존하는 세상. 하지만 그 작은 세계들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를 직시하여 바로 마주 보는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여기 한사람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자신의 장애로 말미암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따라서 도움이 필요하다. 'I'm blind. Help me!'는 그가 자신의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압축된 표현이다. 그러나 늘상 그렇듯 그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만일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짜투리로 남는 동정같은 것만이 그에게 주어질 뿐이다. 그의 세계에 공감하는 길은 무엇인가? 누군가 나타나 적어준 글귀 'It'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는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길을 보여준다. 사실 이 글귀를 시각장애인이 직접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눈 앞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세계 속에서 그의 처지 즉 그의 세계를 읽어 준다. 웃음꽃을 피우는 젊은이들. 선선한 날씨에 사람들은 저마다 활기찬 걸음으로 자기들의 길을 가고 있다. 아름다운 건물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장애자는 그것들을 보지 못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외부의 누군가는 그것의 아픔과 어려움을 자신의 세계속에서 발견한다. 나의 세계 속에서 비로소 그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그의 처지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우리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암시를 주는 것 같다. 동영상에서는 앞을 보는 사람들이 시각 장애인과 공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거의 대부분 어떤 의미에서 시각 장애인의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는 언제건 어떤 면에선가 간절히 연대를 필요로 하고 도움을 필요로 한다. 비록 다른 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연대의 손길을 내어줄지언정 일방적으로 연대의 시혜자로 줄곧 남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혜이건 시혜이건 연대의 문제에서 핵심은 그것이 자신의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타인의 문제로 제대로 다가갔는지 일 것이다. 각자 자신의 세계에 고립된 채 연대의 손길만 내민다면 공감을 이루기 힘들 것이다. 자신의 행복(아름다운 세상)으로부터 타인의 어려움(볼 수 없음)을 올바로 이해하는 길만이 공감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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