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0일 목요일

박기영 사태에 대한 단상

저는 박기영씨 사태에 대해 좀 더 깊은 우려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황우석이란 인물을 부각시키고, 예산을 몰아주었으며, 저널에 기여한 바가 없는 상태에서 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는 마땅히 부적절합니다. 누구나 '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인물보다 인선의 배경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우석은 논문조작을 했기에 잘못되었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노무현 정권에서 기획한 과학기술 혁신은 올바른 것이었다는 전제가 인선의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과학기술혁신을 지금 (어찌보면) 본격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박기영씨를 인선했다고 해석됩니다. 이는 과학기술을 철저히 개발과 발전의 도구로 보며, 선진기술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과학기술 진보의 본체라는 아주 낡은 철학의 첨점을 보여주는 바입니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그것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3공화국 이후 지금까지 과학기술에 대해 사회가 지닌 철학의 가난함을 가지고 부유한 과학기술을 꿈꿀 수는 없습니다. 광범위한 다양성이 보장되는 과학기술 생태계, 지역과 사회에 요구되는 과학기술의 세밀하고 치열한 발굴과 육성, 죽은 교육에 생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과학기술, 재벌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과학기술. 너무 요원한 꿈일까요? 인물의 재고에 앞서 철학의 재고를 간절한 마음으로 요청합니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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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핵심을 짚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윤리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옳은 이야기지만, 정작 BH가 그런 문제를 몰랐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어쩌면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반발도 예상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이글이 그 실마리를 주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박기영의 임명을 포기하고 윤리적으로 깨끗한 사람으로 대치해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그런다고 이문제는 끝나는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글이 제시하는 대로 과학에 대한 근본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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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울러 평소 의아해 했던 문제와 연결 시켜 봅니다. 미국에서는 진보정권이 과학계 지원을 잘합니다. 오바마가 그랬고 빌 클린턴이 그랬다. 보수정권도 큰 차이는 없지만 예산 편중등 조금 흠을 찾을 수는 정도. 근데 국내에서는 웬지 반대로, 박정희, 이명박 등은 오히려 잘 지원해주고, 잘할 것으로 기대되는 진보정권은, 김대중 정권 제외하고는, 오히려 과학계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여서 '과알못'이다, 한국 과학자들 자신이 정치, 경제에 순응하는 길을 택한 결과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고, 더 깊이 고민하고자 할때, 역시 이글에서 지적하는 대로 과학에 대한 근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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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하시는 부분이 많아 보여 참 반갑습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일테지요. 우리나라 현대과학의 역사가 길지 않고 그 시작과정에 지나친 편향과 그에 기반한 기획이 있었던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점차 나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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