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0일 토요일

파아지에 담긴 세상

파도를 미는 손길과
내 얼굴 가죽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힘이
서로 만나
팔씨름을 하면 누가 이길까?

아이가 낙엽을 주워 유모차 뒷 칸에 모으는 동안
바람은 다시 더 많은 잎새를 떨군다.
5분이면 감염에 성공하는 파아지들은
산티아고 운동장에 모인 남루한 군중들처럼
다들 손아귀에 대못 하나씩을 들고 있다.

박테리아 뱃속에 가득 차 있던 모래알갱이들이
파도에 떠밀려 작은 돌덩이로 뭉치는 곳.
아이는 여전히 낙엽을 두 손에 쥐고 엄마의 환심을 사고 있고,
군중은 바리케이트를 짜다 말고 잠시 휴식에 잠겨 있다.

멀리서 날아 온 기러기들의
폐포 속으로 포화되어 녹아드는 세월.
포효하건, 절망하건,
술에 취했건, 낮잠을 자건,
온갖 대사는 쉼 없이 진행되고,
나머지들은 땅속으로 스미던지 아니면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한낮의 공원.
여전히 새가 날고
낙엽이 진다.
파도를 밀던 손길이
파아지의 몸통을 부수었다가
다시 쌓아 올리고
박테리아는 만삭의 몸으로 꿈에 잠긴다.

아이가 건네는 낙엽을
달리던 군중 속 한 사람이 낚아채 산산히 부수었다.
하지만 대수로울게 없다.
링게르 방울 떨어지듯
파도가 밀려오듯
취객이 잠을 자듯
아이가 낙엽을 주워 오듯
군중이 성벽을 깍아 내듯
파아지가 변이하듯
우리는 살아 간다.

우리는 살아 간다.

파도를 미는 손길과
내 얼굴 가죽을 팽팽하게 잡아 당기는 힘이
서로 만나
팔씨름을 하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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