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0일 토요일

돌아오는 당신

비 내리고 별도 떠난 언덕
벌판 자욱한 안개 헤치고
어느새 내게 다가와
우산을 받쳐 주던 당신!

먼 산 너머 푸른 바다가 그립다며
애써 웃던 하얀 잇새로
당신이 부르던 노래는 
천상의 시가 된지 오래

그립다 바라 보면 막힌 하늘
당신을 보내고 이젠
하늘 마저 볼 수 없는 계절인데
여기 무슨 꽃이 필 수 있을까?

오늘도 언덕 자욱히
가랑비 내리고
옷깃에 속옷까지 젖어 드는 밤.
당신이 주고 간 우산을 가방에서 꺼낸다.
이 비 그쳐도 접지 못할 우산을 
가방에서 꺼낸다.

밤이 깊을수록 
마저 못간 빗길은 멀여져 가지만
야윈 꿈 등에 업고 
우산을 펼쳐든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고
빗길로 한 걸음 내디딘다.

어느 하루 
비 그친 파란 하늘 가득히
번져올 당신의 미소 그리며 
무거운 걸음 내디딘다.
당신이 손잡아 알려준 길
그 먼 길을 나선다.





성만이형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내가 슬퍼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점심 시간에 연구소 앞 연못가를 무심히 바라보다 
바위 틈에서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는 올챙이들을 보았습니다.
그중 몇마리는 연못가 거의 물이 마른 바위위에서 고립된 채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물길을 내어 주며 한번 미소 지어 봅니다.

그러고 있자니 갑자기 형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슬프지 않았습니다.
형을 생각하면 늘 슬퍼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슬프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형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고
더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어야 할터인데 
왜 그동안 내리 슬프기만 했을까요.

나이 사십에 첫아이를 맞이하고부터
인생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내 안에 담아둔 돌덩어리를 몇 개 빼내 버리고 나니
조금 가벼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살다보면 언젠가는 형처럼 다시 돌아갈 날도
있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깊이 드리운 자아의 그늘.
내가 만들어 낸 절망과 비애.
그 뒤에 몸을 숨긴 나라는 비겁한 한 인간의 모습을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요?

이 그늘을 쳐 내고 나니 
잘생긴 형의 얼굴이 보이내요.
해맑은 미소, 선하디 선한 몸짓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는 형의 모습이 보이내요.

다시 5월의 하늘 아래 서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게 푸르디 푸른 5월의 하늘 아래 서있습니다.
슬퍼하지 않을께요.
형은 바탕색입니다.
그 위에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그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요.
늘 그랬듯이 멀리서 지켜봐주셔요. 
가끔 선이 삐뚤어 지거나 색감이 엉망이면 
한마디 해주시고요.

(2008.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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