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0일 토요일

흙탕물

아스팔트에 고인 물.
아무도 눈길 주지 않지만
사실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까?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몸을 거치고
또 얼마나 많은 싹을 틔웠을까?
얼마나 먼 길을 따라
얼마나 드넓은 산천에 잠겼다가
얼마나 많은 하늘들의 품을 거쳐
오늘 이 잿빛 아스팔트 위에 몸을 뉘였을까?
그저 습관처럼
피해갈 궁리만 하게 되는
아스팔트 위의 흙탕물.
아무도 눈길 주지 않지만
지치지 않고 제 길을 간다.
쉬지 않고 세상을 만들고 있다.


알고 보면 세상에는 흙탕물같은 것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유구한 지구의 역사를 함께 하며 세상을 만들어 갔던 지구의 동료들. 우주의 동료들. 그들이 움직이고 변화되고 어딘가에 멈추는 길고 긴 궤적을, 찰나를 사는 인간들이 제대로 보기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그 궤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그 궤적들이 교차하고 교직하여 만들어 내는 천 조각 보일까 말까 하는 작은 코  하나 위에 두 발을 딛고 살고 있다. 그 작디 작은 존재 하나가 불쑥 비 오는 날 거리를 가로 지르며 바지에 묻은 흙탕물을 가리키며 투덜댄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는 다름아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고 또 내 아이를 있게 해준 지구의 절친한 동료요, 우주의 절친한 벗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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