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1일 일요일

밤에

시간이 흐르고
멀리서 기차가 오고 있다.
땅 밑으로 물이 흐르듯
멀리서 달이 지나가고
바람은 내 곁으로
길 하나 내고 등을 돌린 채 달려간다.

밤이 잠시 주저앉아
길가를 응시한다.
가로수 속으로 숨어든 햇살의 기억들이
대치중인 전투원처럼
밤하늘을 경계한다.

광장 가득 불빛 
만년의 인신 공양이
한 시간의 불빛에 담겨 출렁거리다가
빈 거리에 물기로 스미고 있다.
멎지 않는 파도처럼 크고 작은 욕망들을
거두어 땅속으로 다시 스민다.

지붕 아래 사람들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깊은 잠에 들었나 보다.
늘 그렇듯 어딘가로 돌아가는 꿈.
저마다 굶주린 채 쫒기는 형상으로
출구 없는 모퉁이에서 잠꼬대처럼
작은 구멍을 파고 있겠지.

어김없이
시간이 흐르고
부대끼는
생명들의 울음소리가
대기에 안개처럼 눅눅하게 스며있는
어느 밤.
문득 깨닫는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세상.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낮에 잃어 버렸던 시간을 밤이 되면 되찾게 된다.
가만히 빈 거리에 서서
떠 있는 달을 응시하다가
불꺼진 창들을  응시하다가
내 옆에 서 있는 가로수들을 응시하다가
문득 듣게 된 소리
부산한 생명들의 잠꼬대.
한시도 멈춘 채로 고정되어 있는게 없다.
낮을 움직이는 힘들은 이렇듯 밤에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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