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0일 토요일

욕망

욕망이 때처럼 끼인
거리
건물
가로등 아래
사람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들 마다
켜켜히
쌓여 있는
찌든 때.

누구를 나무랄 것도 없이
뿌연 거리 위로
가득 붐비는
사람들.

아무리 벗겨내도
저 거리를
지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한꺼풀 찌든 때를
지니고 살아간다.

이제는
씻어도 벗겨지지 않는지
아니면
벗겨내기 싫어
간직하고 사는지

사실 물어 볼 겨를도 없이
바삐 내딛는 사람들의
물결 위로
피곤에 겨운
형광등 하나
깜박 깜박
눈짓을 하고 있다.



일년에 한 두번 한국에 들어와 강남의 번화한 거리들을 인파가운데 걷거나, 밀리는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갈 때 나는 어떤 열기같은 것을 느낀다. 무언가에 감염된 사람들, 거리들, 건물들, 공기와 땅의 면면까지 좀처럼 그 정체를 쉽게 간파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감염되어 내뿜는 미열을 느낀다. 그것을 욕망이라 부를 수도 있을테고 그것을 경쟁과 간섭을 견뎌내는 생명력이라 부를 수도 있을것 같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지만 서로 서로 침투하여 증상을 진행시키고 혹은 유지시키는 보이지 않는 감염의 경로들. 그것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길들마다 얽기 섥기 쳐 있는 전깃줄들과 땅속 케이블들과 수도관들과 온 대기에 미만한 전파들과, 그것들을 엄청난 구심력으로 끌어 모으는 자본의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그 뇌수로부터 아주 디테일하게 연결되어 있는 뉴론들의 네트워크가 아닐까?

(200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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