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다 보니 평온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다 잊어 버렸다.
마치 긴 추위 속에 선선한 봄바람의 기억이 낯설어져 버린 것처럼...
오늘도 영하의 날씨에 차창이 꽁꽁 얼어붙었다.
언 차창을 긁어내리며 부르튼 손등을 바라본다.
지난봄이 어떠했는지 가물가물하다.
상처는 나을 겨를도 없이 또 도지고
싸리눈 겨울바람에 움츠리던 몸통은 오그라들 대로 오그라들었다.
이즈음의 상상은 늘 가식적이다.
이즈음의 상상은 늘 가식적이다.
봄 햇살도 가을 언덕도 다 그림을 본떴다.
내 힘으로 겨울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도 다 부질없다.
작아질 대로 작아진 몸이 말을 한다.
초인은 없다고
세상이 다 돌고 도는 게 아니라면 애초에 모든 게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겨울을 날수록 봄은 멀리 있다.
겨울을 날수록 봄은 멀리 있다.
아픔은 깊어 가고 상처는 덧이 났다.
곧게 온 사람일수록 아픔은 깊고 상처는 심각하다.
겨울은 수렁처럼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그럴수록 우리는 겨울 밖을 꿈꾼다.
마치 겨울의 끝이 오면 어떤 문이 있고
그것을 열면 나타날 새로운 봄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봄은 언제나 겨울 안에 있다.
대지의 뿌리들과 하늘의 구름들은 잘 알고 있다.
아침 안개와 새들의 노랫소리에 깃든 봄의 눈매를
눈치 빠른 뭇 생명들은 벌써부터 반기고 있다.
새 살이 언제나 상처 속에서 자라나듯
봄 햇살은 겨울의 대지 위에서 자라나고 있다.
길은 늘 에둘러 돌고 돈다.
낮이 밤으로 가고 밤이 낮으로 가듯
그렇게 겨울이 다다르는 곳도 낭떠러지가 아니다.
길을 굽혀 보면 겨울에서 봄이 보인다.
애당초 세상이 다 돌고 도는 게 아니었다면
모든 게 부질없을 따름이다.
진정한 종말론이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 천국을 읽고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믿음일테지만 '겨울 안에 봄이 있다.'는 사실을 속으로 곱씹다 보면 단지 믿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긴 겨울이다. 움추린 모든 벗들에게 건네고 싶은 시다. 힘내라!!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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